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수사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이 사람은 왜 그런 막대한 돈을 뿌려가며 로비를 해야 했을까. 개인적인 비리로 치부하기 보다 오늘날의 정치 행태를 보는 것 같아 서글프기 까지 하다. 정치권이나 권력의 핵심들이 줄줄이 박연차 리스트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치밀하게 로비를 했는지도 알 수 있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지난 2월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인 연철호씨(36)에게 500만 달러를 송금했다고 한다. 자그마치 7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이다. 이 돈이 그저 전직 대통령의 조카에게 투자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부에서는 봉화마을 개발 자금이라는 말도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같은 돈이 들어 온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도 1억원을 받았으며 500만 달러가 박 회장이 대통령 퇴임후 쓰도록 전한 돈이라는 뜻을 내비쳤다는 주장도 있다. 박 회장은 홍콩에 설립한 자회사 APC 계좌를 통해 연씨에게 이 돈을 보냈다고 한다. 박 회장이 아직 36살에 불과한 연씨와 무슨 거래를 했을까, 정말 투자금으로 보냈을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특권 없는 사회를 강조했다. 특히 정치 자금에서도 다른 정치인과 다를것으로 국민들은 믿어 왔다. 이 돈이 노 전 대통령 퇴임후 사용될 후원금이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스스로 노정권 5년을 청정(淸淨) 시대로 규정했는데 청정시대가 아니라 뇌물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자 형 건평씨 명의의 땅을 사줘 선거자금 마련을 도와주고 노 전 대통령이 김해 봉하마을 땅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에는 차용증을 주고 박 회장에게 15억원을 빌리기도 했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했고 농협이 세종 캐피탈을 인수하기 직전 주식거래를 통해 200억원 가량의 차액을 챙겼다. 정치권과 노 전 대통령 주변에 막대한 로비 자금을 뿌려가며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이다.
박 회장은 최근 변호사를 통한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다"며 "이제는 감출 수도 없고 다 털어버리겠다"고 했다는 보도다. 과연 어디까지 털고 갈지는 모르겠지만 청정시대를 주장했던 노 정권도 추악한 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
자신이 알던 모르던 그의 측근들이 줄줄이 로비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동안 수시로 정치권에 할말을 하던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봉화마을에서 자주 얼굴을 보이던 그는 이제는 전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이광재, 서갑원 민주당 의원에 이어 여당 중진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까지 소환되자 민주당은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스스로 가장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수없이 외쳤다"며 "증거가 있다면 고위직에 있던 사람도 처벌하는 것이 검찰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과연 이번 수사가 어디까지 갈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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